2019년 개봉한 영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부잣집에 기생하며 편하게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을 기생충으로 지칭합니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만나게 되고, 가난한 가족은 마치 기생충과 같이
부유한 자의 가족들을 쪽쪽 빨아먹기로 작정하고 그들의 집에 점차 침투해 갑니다.
공생과 상생이 아닌 기생을 결심한 것이죠.
그리고 결국, 기생충과 같은 이 사람들은 양쪽 모두에게 파국을 가져오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기생충이란 말 그대로 다른 생물에 의존하고 기대어 살아가는 생물을 뜻합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감히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기생충이 존재하는데요.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육지에서건 바다에서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생물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비집고 들어갈 구석도 없어 보일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에 기생하는 기생 박테리아도 있습니다.

사람의 몸 또한 기생충들의 흔한 표적인데, 사람 한 종에 기생하는 기생충만 해도 392종이나 된다고 하니, 세상 모든 생물에 적어도 기생충이 한 종류씩만 있다고 가정해도
전 세계 생물의 절반 이상은 기생충인 셈이죠.
기생충의 생존방식인 기생도 저마다의 생존방식이며 자연의 섭리이지만,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기생충들을 보면 엽기적이지 않을 수가 없는데..
몇몇 기생충을 소개드려볼까 합니다.
1. 키모토아 엑시구아
첫 번째로 알아볼 녀석은 기생충 중에서 가장 유명한 기생충입니다.
나름 귀엽게(?) 생긴 외모 때문에 네티즌들에게 주목을 받아
기생충들의 여신이라 불리게 된 키모토아 엑시구아입니다.

크기가 2cm에서 최대 6cm까지 자라는 이 기생충의 기생방식은 매우 엽기적입니다.
숙주의 혀에 달라붙어 갈고리로 혀를 압박해 피를 빨아먹는데,
혀는 천천히 피가 빨리다 결국 말라비틀어져 괴사합니다.
그리고 엑시구아가 혀의 뿌리근육에 달라붙어 그 위치에 대신 자리하며,
기능적으로도 혀의 기능을 합니다. 이후 엑시구아는 숙주가 먹는 음식 찌꺼기를 먹거나 피를 빨아먹으며 기생합니다.


엑시구아는 숙주 한 마리에만 기생합니다. 다른 숙주로 옮겨가지 않고 숙주가 죽을 때까지 혀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혀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공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애초에 혀를 갉아먹는 것 자체가 끔찍한 피해이고 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 외에는 숙주에게 특별한 이점이 없으므로 기생충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가미나 피부에 피를 빨아먹으며 기생하는 기생갑각류 종류는 상당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렇게 숙주의 장기 기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는
키모토아 엑시구아가 유일하다고 하네요.
2.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
다음으로 소개할 기생충 또한 매우 엽기적입니다.
달팽이 기생충인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인데요.

달팽이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이 기생충의 목적은 달팽이에 잘 붙어 있다가
새에게 먹혀 새의 창자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새의 창자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며,
그 안에서 번식하여 알을 낳고, 새가 배설을 할 때 알을 퍼뜨려 번식합니다.
그리고 달팽이가 새의 배설물을 먹게 되면 처음부터 반복되어 라이프 사이클이 완성되죠.

그런데 그 과정이 매우 괴기합니다.
이 기생충이 달팽이의 몸속에 들어가면 먼저 더듬이를 장악합니다.
그리고 애벌레처럼 보이기 위해 형광색의 요상한 색을 내며 꿈틀꿈틀 움직입니다.

또한, 원래 햇빛을 싫어하는 달팽이를 조종하여 새에게 노출이 쉽게 되도록
밝은 곳에 머물도록 합니다. 아예 달팽이의 의지까지 지배해버리는 셈이죠.
그래서 파라독섬에 감염된 달팽이를 '좀비 달팽이'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기생충에는 신경 시스템이나 감각 혹은 관련 조직이 없는데도 달팽이를 조종하는데,
과학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직까지 미스테리라고 합니다.
3. 기생따개비
다음으로 소개할 기생충은 기생따개비입니다.
이 기생충은 또 다른 의미로 엄청나게 끔찍한 녀석이죠.

기생따개비는 태평양에서 가장 흔한 스파이더 크랩에 기생하는 기생충입니다.
입이나 관절 부위로 몸속으로 들어가서 기생을 하는데,
게의 뱃속에 침투해 게의 생식기를 자신의 알로 가득 채우고
게가 자신의 알을 돌보게 조종합니다.
감염된 게의 번식기능은 완전히 상실되며 그저 따개비의 알을 낳는 데 사용됩니다.

기생따개비는 심지어 게의 성별도 바꿔버립니다. 수컷 게를 호르몬 조작하여 암컷으로 바꾸는데, 암컷이 수컷보다 알을 더 잘 돌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게는 자신이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의식조차 못 하며, 열심히 기생따개비의 알을 키워주고 부화시켜줍니다. 그야말로 알만 키우는 좀비가 되는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기생따개비에 감염된 게는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으며,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며 따개비의 알을 보살핀다고 하네요.
4. 메디나충
다음은 소개할 기생충은 메디나충입니다.
메디나충은 기다란 실같이 생긴 선충으로,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 분포하는 기생충입니다.
최대 2m까지 자라며 몸과 살을 뚫고 나오는 모습으로 악명이 높죠.

메디나충은 물벼룩을 초기숙주로 삼아 서식하며, 이 물벼룩이 있는 물을 마시면
위 속에서 벼룩은 소화되지만, 메디나충은 살아남아 몸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사람이나 포유류가 주 대상입니다.

메디나충이 숙주에 자리를 잡으면 1년 정도 알을 품고 지내는데,
그동안 숙주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후 메디나충이 유충을 바깥으로 내보내려고 숙주의 다리 쪽으로 자리를 잡게 되며,
이때 숙주는 피부를 화끈거리게 하고 타는듯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숙주는 이런 통증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강가에 다리를 담그게 되며,
물에 닿는 순간 메디나충은 수백만 마리의 유충을 물속에 배출합니다.
이후 자유롭게 유영을 하면 유충들은 물벼룩에게 잡아먹히고,
이 물벼룩이 들어있는 물을 동물이 마시면 또다시 기생의 사이클이 반복되게 됩니다.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이 기생충은,
1980년대만 해도 감염자가 350만 명이나 될 정도로 악명높은 기생충이었지만,
현재는 높아진 정수기술 덕분에 위생이 좋아져 감염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참 다행이죠.
앞서 소개한 기생따개비처럼 숙주를 완전히 지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물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게 만드는 능력은 가공할 만합니다.
5. 연가시

이 기생충은 연가시라는 기생충입니다.
연가시는 곤충의 내장을 뚫고 들어가 아주 작은 크기에서 때로는 2m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까지 성장할 수 있는데, 주로 사마귀나 귀뚜라미, 바퀴벌레 등의 곤충의 뱃속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다 가로챕니다.


연가시의 무서움은 숙주 곤충의 의지
를 조종해 물가로 뛰어들어 투신자살하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물가로 뛰어들게 되면 연가시는 뱃속을 뚫고 나와 엄청난 양의 알을 낳습니다.
이 알을 먹은 곤충의 유충들은 뱃속에 연가시를 키워가며 살아가게 되고 또다시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영화 연가시에서는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변형 기생충으로 나왔지만
이 녀석은 다행히 인간을 숙주로 삼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뱃속에 들어가게 되면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될 뿐이죠.
만약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면 영화와 같이 정말 끔찍했을지도 모릅니다.

6. 동양안충


초파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냥 작은 파리정도로 여기고 가볍게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그런데 이 기생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바로 동양안충이라 불리는 기생충인데요.
주로 개나 소, 말, 사람 등 포유류의 안구에 알을 까는 기생충입니다.
그리고 이 기생충을 감염시키는 중간숙주가 바로 초파리죠.
초파리는 주로 과일을 먹지만, 특정 시기에는 동물의 눈물이나 눈곱을 먹고 사는데,
이때 초파리 내부에 살고있던 동양안충의 유충이 해당 동물의 안구에 자리를 잡게 되죠.


실제 동양안충에 감염된 동물들입니다.
보기만 해도 눈이 근질거리고 끔찍하네요.
동양안충은 눈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데,
감염되면 눈곱이 자주 끼고 눈물이 자주 흐르며, 눈 주위가 붉어지고
시력 저하를 유발하며 심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초파리가 많은 곳이라면 초파리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겠죠?
맺으며 -
기생충은 ‘남의 식탁에 차린 음식’을 훔쳐 먹고 삽니다.
기생충의 숙주가 되는 처지라면 기생충이 정말 끔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숙주에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은 기생의 삶을 살지 않을 수 없죠. 기생이 곧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기생충들의 삶의 방식은 자연이라는 험난한 무대에서
나름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하나의 작은 싸움에 불과합니다.
또한, 기생충은 적어도 자기와 같은 종에게 기생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거대한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작은 기생충의 삶보다는
영화 기생충에서 묘사하는 기생인간들처럼 다른 인간에게 기생하며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을 더 조심하고 멀리해야겠습니다.
같은 종에 기생하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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