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1896년부터 100년간 근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구인의 체육 축제 올림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인간의 강함을 표현하는 척도였습니다.
육상 100m 달리기 금메달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역도 금메달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죠.
그러나 인간 체력의 정점에 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조차
우습게 여기는 존재들은 지구상에 많습니다.
바로 동물들인데요.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동물들의 능력은
인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부분이 많습니다.
만약 인간의 올림픽에 동물들이 참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간 대표는 메달을 단 하나라도 거머쥘 수 있을까요?
제1라운드 - 100미터 달리기
우사인 볼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익히 알려져 있는 선수죠.
2009년 그가 세운 100m 달리기 기록은 9.58초. 200m 달리기도 19.19초로 세계 신기록입니다.
그야말로 인간 중에 가장 빠른 사나이죠.
하지만 우사인 볼트도 동물들과 시합하게 되면 어림도 없는 수준입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100m 달리기를 시작하면 육상 동물 중 가장 빠른 치타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
볼트는 고작 38m 지점을 지나가게 됩니다.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거리입니다.
사자도 70m로 멀찌감치 앞서가고, 가젤은 85m로 볼트보다 두 배 이상 빠르죠.
최대속도 110km/h로 달리는 치타는 한 번 발을 뗄 때마다 6~7m를 움직입니다.
유연한 척추와 중심을 잡아주는 꼬리, 단단한 발톱은
거친 땅에서 도약력을 얻을 수 있도록 잡아주는 스파이크 역할을 하죠.
치타를 비롯한 고양잇과(科) 동물은 몸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바람 영향도 적게 받습니다.
제2라운드 - 멀리뛰기
인간의 멀리뛰기 세계기록은 마이크 파월이 1991년 세운 8.95m입니다.
이 기록은 무려 25년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입니다. 동물은 어떨까요?
가장 멀리 뛰는 동물은 설표입니다. 설표는 한 번에 16m를 뛰죠.
거의 인간의 두 배입니다.
임팔라 역시 12m가량을 한 번에 뜁니다. 얼마나 멀리 뛰는지 한번 감상해볼까요?
그런데, 만약 인간과 같은 크기라면 동물 중에서는 다람쥐가 최강입니다.
유럽다람쥐는 한 번에 6m를 나는 듯이 뛸 수 있는데, 이를 몸 크기 비율로 따지면
사람이 한 번에 56m를 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마어마하죠.
제3라운드 - 높이뛰기
인간의 높이뛰기 기록은 하비에르 소토마이어가 1993년 세운 2.45m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높이뛰기 기록을 사람처럼 재기란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퓨마를 최고의 높이뛰기 선수로 봅니다.
퓨마는 한 번에 6m를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퓨마는 나무를 오르내리며 생활하면서 높이뛰기에 최적화된 몸을 갖고 있죠.
사슴의 사촌인 클립 스프링거 역시 험준한 산악 지대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데
8m 이상을 뛰어넘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사람의 3배를 뛰는 셈입니다.
말은 2~2.5m 정도로 사람과 비슷하고, 개는 3.5m로 사람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진짜 괴물은 따로 있죠. 바로 벼룩인데요.
벼룩은 몸길이 3mm 정도에 불과하지만 33cm를 뜁니다.
만약 사람과 같은 크기라면 무려 150m 이상을 뛰어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죠.
인간은 높이뛰기에서도 동물들에게 많이 밀리네요.
제4라운드 - 수영
올림픽 종목 중 동물과 비교하여 인간이 가장 보잘것없는 분야는 수영입니다.
인간의 몸은 수영에 적합하지 않죠.
물 속에서 인간은 몸을 계속 움직여야 살 수 있고 오래 머물 수도 없습니다.
마이클 펠프스나 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선수의 수영 속도도 고작 시속 7㎞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가장 빠른 물고기인 돛새치는 무려 시속 100~110㎞인데, 인간보다 15배 빠른 속도죠.
펠프스가 접영으로 100m를 가려면 약 50초가 걸리지만,돛새치는 약 3~4초 정도면 됩니다.
지상에 치타가 있다면 바다에는 돛새치가 있죠.
황새치가 시속 100㎞로 돛새치 뒤를 바짝 따라오며, 순위권으로 참치 69㎞, 날치 60㎞ 등이 있습니다.
포유류로는 범고래 시속 55~60㎞, 돌고래 25~28㎞로 역시 모두 인간보다 월등하게 빠릅니다.
제5라운드 – 역도
역도에서 이란의 후세인 레자자데가 2004년 263㎏을 들어 올리면서
12년째 가장 힘 센 사나이로 불리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 몸무게의 최대 1.8배를 들어 올릴 수 있고 최대 2배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동물들에게 밀리는데요.
지상에서 가장 힘이 센 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는 300~500㎏을 코로 말아 올리고,
최대 800㎏을 끌 수 있습니다. 영장류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로랜드 고릴라는 2t을 들어 올렸다는 기록도 있죠.
그렇지만 이들조차 체급별 경기라면 개미를 당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50배 이상을 들고, 일부 종은 100배를 들기도 하죠.
이런 개미보다 훨씬 센 놈이 있습니다. 바로 벌인데,
벌은 자기 몸무게의 300배 이상 무게까지 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벌이 몸무게 100kg이라면, 30t의 무게를 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6라운드 – 격투기
앞서 소개했던 로랜드 고릴라는 영장류 동물 중 가장 힘이 셉니다.
로랜드 고릴라는 인간과 키가 비슷하지만 몸무게는 최대 280kg에 육박하며,
최대 2t을 들어 올리고 악력은 수컷 평균 326kg에 달합니다.
이는 인간 남성 평균 50kg의 무려 6배가 넘는 힘이죠.
레스링 종목이라면 로랜드 고릴라의 압도적인 힘을 인간은 당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규칙을 조금 완화한다면 같은 체급의 크기에 동물 중에는 곤충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입니다.
유도에서는 장수풍뎅이를 이길 수 없습니다. 수컷 장수풍뎅이는 커다란 뿔을 들어 올려 상대를 던져버리는데,
최대 자신의 몸무게의 30배 정도까지 든다고 하니, 100kg일 경우 3t의 무게까지 들어 던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리 힘도 엄청나고 빈틈이 없으므로 장수풍뎅이를 이길 동물은 없겠죠.
복싱에서의 금메달 후보는 물속의 폭군이라 불리는 공작갯가재(맨티스 쉬림프)입니다.
공작갯가재는 순간적으로 약 90kg 정도의 엄청난 힘으로 강타를 날리는데,
이는 자기 몸무게의 1,000배에 달하는 힘이죠.
만약 공작갯가재의 무게가 100kg이라면 10t에 육박하는 파워입니다. 후덜덜하죠.
딱딱한 껍질도 가지고 있어 인간이 아무리 때려도 꿈쩍도 안 할 거 같네요.
제7라운드 - 마라톤
미세한 신체의 컨트롤이 필요하고 복잡한 룰이 있거나 공이나 기구를 사용하는 종목을 제외하고
순전히 체력만으로는 인간이 동물에게 이길 수 없는 걸까요?
여기 인간의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마라톤입니다.
동물 대부분의 움직임은 ‘생존’이 가장 우선입니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치타는 최고 속도를 600m 이상 유지하지 못합니다. 장거리 달리기의 제왕으로 여겨지는 말은
10~15분 이상 달리면 속도가 절반 가까이 줄어듭니다.
먹잇감을 끈질기게 쫓는 것으로 유명한 늑대나 하이에나는 몇 시간 이상 달릴 수 있지만,
20~30㎞ 정도가 한계입니다.
반면 인간의 몸은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다리가 신체에 비해 길고, 발달한 엉덩이 근육이 상체를 곧게 펴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42.195㎞라는 엄청난 장거리 달리기인 마라톤에서 인간을 이길 동물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은 더 멀리, 오래 달릴수록 유리한데, 그리스의 울트라마라톤 세계 챔피언 야니스 쿠로스는
무려 24시간 동안 290.221㎞, 48시간 동안 433.095㎞를 달려 울트라마라톤의 세계기록을 세웠습니다.
영국 웨일스에서 1980년부터 매년 열리는 말과 사람의 35㎞ 마라톤 경주에서도
실제로 2004년과 2007년 사람이 말을 꺾기도 했죠.
인간의 신체 능력 중 타 동물 대비 가장 우수한 항목이 바로 지구력입니다.
운동역학적 면에서 2족 보행이 4족 보행보다 효율적입니다. 이를테면 연비가 좋은 것이죠.
인간이 이렇게 지구력이 좋은 이유는 과거 인류의 생존이 바탕이 되는데,
원시시대 사냥꾼들의 사냥법은 목표 사냥감이 지칠때까지 거리를 두고 쫓아가 창질을 하여 사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냥꾼들은 며칠에 걸쳐 사냥감을 추적했고 이런 사냥 방법에는 매머드조차도 버티지 못했다고 하죠.
순간적인 힘이나 속도 등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동물에게 밀리기 때문에, 인간의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지구력을 최대로 활용한 방식이었고, 이로 인해 인간이 동물의 세계에서 정점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드디어 동물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인간이 금메달을 하나 걸게 됐네요.
학자들은 이런 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가 인간이 털을 벗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있는 다른 동물들이라면 체온조절이 제대로 안 되어서 과열로 기진맥진해지지만,
인간은 털이 거의 없어 온몸에 땀을 배출하여 열의 조절이 가능하도록 진화됐죠.
사자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포식자들이 더위를 피해 야행성으로 진화된 반면,
인간은 털을 벗어버림으로써 낮에 활동할 수 있게 되고, 포식자들과의 먹이경쟁에서 영역이 겹치지 않아
마음껏 사냥하여 먹이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고 미세한 근육의 컨트롤이 가능한 인간은
사실 마라톤 외에 기구나 공을 사용하는 경기나 고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사격, 양궁 등의 경기에서 동물은
근처에도 못 올 정도로 월등합니다. 그래서 기초 체력만을 요구하는 경기는 동물에게 압도적으로 지지만,
결국은 동물과의 올림픽에서 인간이 우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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